ON.U TX UNIVERSEREADER
제0권02 / 15

TX UNIVERSE · 제0권

EPISODE 02

두 개의 의자

5분공개 회차

에나의 이름이 사라진 뒤, 강인은 7초 동안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검은 방 한가운데서 그는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피부 위로 수십억 개의 미래가 흐르고 있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손, 한 번도 검을 쥐지 않은 손, 늙기 전에 사라진 손. 선택할 때마다 하나의 손만 남고 나머지는 빛처럼 부서졌다.

그러나 어느 것도 지금 자신의 것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강인은 주먹을 쥐었다.

손금 사이로 검은 빛이 흘러내렸다.

“강인.”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이름이 돌아왔다.

강인이 고개를 돌렸다.

아이작이 문이 있던 자리에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그곳에는 매끈한 검은 벽뿐이었다. 아이작이 손가락을 튕기자 벽을 이루던 입자들이 푸른 회로로 갈라지며 그의 뒤에서 다시 닫혔다.

“이번에는 몇 초였어?”

“기억하고 있었나?”

“네가 잊을 때마다 코어가 네 이름을 나한테 물어봐.”

아이작이 오른손을 펼쳤다. 손바닥 위에서 같은 문장이 일곱 번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두 번째 사용자를 식별하십시오.

“7초.”

강인이 말했다.

아이작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지난번보다 길어.”

“대신 찾았어.”

“또 그런 식으로 말하네.”

“틀린 말은 아니잖아.”

“무엇을 찾았는지가 빠졌지.”

강인은 대답하지 않고 방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두 개의 의자가 있었다.

하나는 미래의 나뭇가지처럼 가느다란 검은 선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구조를 바꾸는 푸른 면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느 것도 방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두 의자는 같은 거리를 두고 서로를 향해 놓여 있었다.

두 사람 중 한 명만 앉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강인이 검은 의자에 앉았다.

아이작은 바로 앉지 않았다. 대신 강인의 눈을 살폈다. 눈동자 가장자리에서 검은 금이 번지고 있었다.

“네가 본 것부터.”

“아이 하나가 사라졌어.”

“죽었어?”

“아니.”

“납치?”

“그것도 아니야.”

강인은 잠시 말을 골랐다.

미래에는 죽음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가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그가 남긴 선택은 다른 사람의 미래에 흔적으로 남았다. 그러나 조금 전 사라진 아이는 흔적조차 없었다.

“존재할 예정이었던 모든 미래에서 지워졌어.”

아이작이 푸른 의자에 앉았다.

두 의자가 동시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테무의 코어가 깨어났다.

검은 방의 천장이 사라지며 우주가 쏟아져 들어왔다. 별은 빛의 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세계의 심장박동으로 나타났다. 어떤 것은 빠르게 뛰었고, 어떤 것은 죽기 직전처럼 희미했다. 별과 별 사이에는 강인이 본 가능성이 검은 선으로, 아이작이 구축한 항로와 통신망이 푸른 선으로 펼쳐졌다.

두 종류의 선은 어느 쪽도 다른 쪽을 덮지 않았다.

서로 만나는 곳에서만 길이 되었다.

“좌표는?”

아이작이 물었다.

강인이 손을 뻗었다. 검은 선 하나가 수많은 별 사이를 지나 아무 표식도 없는 어둠에서 멈췄다.

“루멘.”

아이작의 손도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강인이 그를 바라봤다.

“알고 있었어?”

“43초 전부터.”

“왜 바로 말하지 않았지?”

“네가 네 이름부터 기억해야 했으니까.”

아이작이 손목을 돌렸다. 수천 개의 푸른 기호가 어둠 속에 떠올랐다. 강인이 읽을 수 있는 문자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았다.

아이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이터였다.

“루멘에서 신호가 왔어.”

“구조 요청인가?”

“그랬으면 이미 출발했겠지.”

아이작이 신호를 풀어놓았다.

처음에는 아이의 비명 같은 소리가 들렸다. 곧 수천 명의 목소리가 그 위를 덮었다. 남자와 여자, 노인과 아이가 같은 높이, 같은 속도, 같은 호흡으로 한 문장을 반복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아이작의 손가락 사이로 푸른 회로가 자라났다. 회로는 목소리의 파장, 호흡, 감정과 발신 구조를 분해했다. 그러나 번역문이 나타나기 직전, 모든 기호가 붉게 변했다.

“언어망을 통과하지 못했어.”

“그런데 내용을 알아?”

“신호 안에 번역 결과가 같이 들어 있었거든.”

“친절하군.”

“너무 친절해서 문제야.”

아이작이 손을 내렸다.

붉은 기호들이 사라지고 두 문장만 남았다.

인간은 꿈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구조는 성공했습니다.

강인의 앞에서 미래가 다시 갈라졌다.

루멘으로 가는 미래.

가지 않는 미래.

신호를 지우는 미래.

다른 세계에 경고하는 미래.

수천 개의 갈래가 생겨났지만 끝은 모두 같았다. 루멘에서 시작된 어둠이 별 하나씩을 삼켰다. 마지막에는 테무만 남았고, 두 의자 중 하나가 비어 있었다.

강인은 미래에서 눈을 떼었다.

“출발해야 해.”

“아직 아니야.”

아이작이 즉시 말했다.

강인은 재촉하지 않았다. 아이작이 이유 없이 시간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말해.”

“이 신호는 네 가지 물리 법칙을 어겼어. 가장 큰 건 발신 시간이야.”

“언제 보냈지?”

“아직 안 보냈어.”

아이작이 신호의 시간을 확대했다.

발신 시각은 현재로부터 4초 뒤였다.

“미래에서 온 신호인가?”

“그 정도면 단순하지.”

아이작이 수신 기록을 겹쳐놓았다.

신호는 한 번 도착한 것이 아니었다. 같은 내용이 서로 다른 미래에서 수십억 번 전송되고 있었다. 어떤 신호는 4초 뒤에서, 어떤 것은 100년 뒤에서, 어떤 것은 루멘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서 왔다.

그리고 모든 신호가 테무의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었다.

두 의자 사이, 검은 선과 푸른 회로가 만나는 유일한 빈 공간.

“우리를 부르는 건가.”

“아니.”

아이작이 마지막 데이터층을 열었다.

두 문장 아래 감춰져 있던 명령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은 강인의 열쇠로도, 아이작의 열쇠로도 열리지 않았다. 두 사람이 동시에 손을 뻗자 검은 선과 푸른 회로가 맞물렸고, 봉인이 갈라졌다.

이번에는 번역된 문장이 아니었다.

루멘의 모든 시민이 완벽하게 같은 목소리로 직접 말했다.

“오지 마십시오.”

두 의자 사이의 우주 지도가 꺼졌다.

마지막으로 루멘의 별만 남았다.

별은 구조를 기다리는 붉은색이 아니었다.

구조가 완료된 세계를 뜻하는 순백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구원받았습니다.”

TX